1. 들어가며
영화 [이스케이프 룸]은 제목에서부터 방탈출 장르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방탈출은 조금 특이합니다. 대게의 액션 공포 스릴러 영화가 보여주는 잔인한 장면 없이 오롯이 극한의 상황에서 탈출하려는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영화 [큐브]의 순한 맛 버전이라는 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최근 버전 2를 개봉한 영화, 이스케이프 룸(Escape Room)을 소개합니다.
2. 이야기
영화는 주인공들에게 의문의 상자가 배달되면서 시작됩니다. 인종도 나이도 모두 다른 6명의 사람들에게 배달된 상자 안에는 상금 1만 달러, 한화로 약 천만 원에 해당하는 상금이 걸린 방탈출 게임 도전을 제안하는 솔깃한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각자의 이유로 도전하게 된 주인공 조이(테일러 러셀 분), 제이슨(제이 엘리스 분), 벤(로건 밀러 분), 마이크(타일러 라빈 분), 대니(닉 노다니 분), 아만다(데보라 앤 월 분)은 방에 모여 인사를 나눕니다. 게임 설계자를 기다리던 도중 방 안의 온도가 오르며 아무 예고도 없이 게임은 시작됩니다. 모든 것이 녹아 버릴 정도로 뜨거운 방 ‘오븐 룸’에서 겨우 탈출한 6인은 마침내 폭발하는 방을 보며 당황하고, 게임 포기를 선언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그렇게 바로 다음 방 ‘아이스 룸’으로 이동합니다. 200도가 넘는 첫 번째 방과 달리 이 방은 상온 –17도의 추운 방입니다. 서로 협력하여 잠금장치를 풀어내던 도중 스스로를 방탈출 전문가라 칭하던 대니가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참가자들은 더 이상 가벼운 게임이 아님을 깨닫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합니다.
살인적인 추위와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일행은 위아래가 바뀐 ‘업사이드다운 룸’으로 이동합니다. 천장이 바닥이고 바닥이 천장이 되어 하나씩 주저앉는 이 방에서 일행은 가까스로 매달리며 퍼즐을 맞추고 다음 단계로 가는 문고리를 찾아내지만 문 반대편에 있던 아만다는 결국 오지 못하고 이들에게 문고리를 넘긴 채 떨어져 사망합니다.
다음 방으로 이동한 조이, 제이슨, 벤과 마이크는 예전에 자신들이 누워 있었던 병상과 동일한 공간 ‘포이즌 룸’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온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실 이들은 모두 어떤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들이었습니다. 조이는 유일한 생존자들 중 최고의 행운아를 찾기 위해 자신들이 희생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죽게 될 것이라 생각한 조이는 주변의 모든 CCTV를 깨부숩니다. 그리고 퍼즐을 풀게 되는데, 높은 심장박동으로 사망한 마이크와 독극물에 기절한 조이는 탈출하지 못합니다.
이제 5번째 방인 ‘일루전 룸’에는 제이슨과 벤만 남아 있습니다. 1명만이 해독제를 가질 수 있었고 이를 차지한 벤은 마지막 승리자가 되어 6번째 방 ‘크러쉬 룸’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납니다. 그는 조이의 예상대로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들 중 최고의 행운아를 뽑기 위해 이 게임을 고안했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게임의 진행자라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게임 마스터는 돌변하여 벤 또한 목 졸라 죽이려 하고, 그때 조이가 등장해 벤을 구하고 둘은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이후 미노스 방에서의 일을 신고하고 경찰과 함께 그곳으로 돌아간 조이는 폐건물만 존재하고, 방과 시체가 모두 사라진 모습에 경악합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러 계속해서 미노스를 추적하던 도중 실마리를 찾아낸 조이는 벤을 찾아가 함께 미노스를 찾자고 설득합니다. 둘은 비행기에 탑승하고, 영화는 이 비행기 또한 누군가가 비행기 추락을 모티브로 계획한 탈출 게임을 암시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3. 마치며
사실 방탈출이라는 장르는 결말이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진부합니다. 방을 탈출할 때마다 누군가는 죽게 되고, 최후의 1인이 누가 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번 단서를 찾고 기지를 발휘하여 방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스릴감과 긴장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영화를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방탈출이라는 장르가 가진 한계와 매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조이라는 인물이 최후의 1인이 될 것이라는 결말을 예측하게 하고 실제로 적중하지만, 각기 다른 컨셉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탈출 방의 CG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결말에 대한 예측을 뛰어넘는 재미와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극한의 공포와 긴장 속에서 서서히 주인공들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죽이는 모습은 이기적인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가장 유약해 보이는 조이가 기지를 발휘하며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진부하지 않은 방탈출 영화, 이스케이프 룸이었습니다.
공포보다는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분, 방탈출 영화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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